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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를 명하다

진주 같은 정원, 정원 속의 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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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더위를 피하고 싶은 날, 월아산의 숲과 정원으로 향하는 것만큼 탁월한 선택지가 있을까.
초록빛 구릉과 붉은 황톳길이 펼쳐진 땅에서 더위를 식히고 안식을 구해 본다.

대한민국 산림 복지의 중심지로 주목받는 진주시에서 새로운 삶과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다.

월아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바람이 나뭇잎들을 흔들고, 재잘대는 새소리가 기분 좋게 정신을 깨운다. 초록 숲은 오랫동안 희망, 기쁨을 모아 두었다가 예고 없이 찾아오는 이들을 위해 내어준다. 월아산 자연휴양림, 숲 정원, 맨발로 숲, 치유의 숲, 우드랜드 등 월아산에서 얻은 희망과 기쁨이 우리의 삶을 한층 더 풍성하게 한다.

복합 산림 휴양 시설, 월아산 숲속의 진주 시민들과 쌓아 만든 산석(山石) 정원

1995년 화마에 휩싸였던 월아산이 잿더미가 되었다.

그러나, 불타버린 땅은 다시 초록을 품었다.
1998년, 진성83상록회 회원들은 월아산을 살리기 위해 진성삼거리에서 질매새 정상까지 벚나무를 심었다.

진주시와 시민들의 꾸준한 노력 덕분에 월아산은 울창한 숲의 모습을 되찾았다.

진주시는 시민들의 힘으로 되살아난 월아산을 시민들에게 다시 돌려주고자 공공정원으로 조성했다.

2018년 ‘월아산 목재문화체험장’ 운영을 시작으로, 2021년 ‘숲속 어린이 도서관’을 열었으며 2022년에는 더 오래 머무르면서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자연휴양림과 산림 레포츠 시설까지 확충해 ‘월아산 숲속의 진주’를 완성했다. 이제 ‘월아산 숲속의 진주’는 진주시가 지향하는 ‘진주 같은 정원, 정원 속의 도시’를 보여주는 랜드마크다.

우드랜드와 자연휴양림, 산림 레포츠, 숲 정원, 맨발로 숲, 치유의 숲 등 6개의 공간으로 구성된 ‘월아산 숲속의 진주’를 개장한 지 6년 3개월 만인 2024년 누적 방문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 달빛정원과 작가정원, 참여정원, 사계절 정원 등 다양한 수목이 우거진 ‘숲 정원’은 계절마다 색다르게 변화하는 모습으로 자연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품어준다.

월아산은 풍화된 암석이 경사면에 떨어져서 쌓인 너덜겅(崖錐) 지형으로, 돌들이 곳곳에 있어 매년 폭우가 쏟아지면 돌덩이들이 산에서 쏟아져 내렸다.
등산객들의 이동에도 제약이 많고 산림 휴양 시설 조성에도 애를 먹자, 진주시는 이 돌들을 애써 옮기지 않고 시민들과 함께 쌓아 산석(山石) 정원을 만들었다.

‘월아산 숲속의 진주’에는 진주시민정원사협회가 조성한 제1호 정원인 사랑정원을 만날 수 있다. 2022년부터 ‘시민정원사 양성 아카데미’를 통해 배출된 시민정원사는 총 101명.

2023년에는 시민정원사들이 진주시민정원사협회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15주에 걸쳐 시민정원사 양성 교육을 마친 시민정원사들은 정원문화를 확산하며 진주시의 정원과 공원녹지 등을 가꾸어 가고 있다.

진주시민정원사협회가 조성한 제1호 ‘사랑정원’ 함께하는 정원을 만들다

박지현 시민정원사는 가장 기억에 남는 정원으로 ‘사랑정원’을 꼽았다.

“시민정원사 정원이 교수님들의 지도하에 만들어졌다면, 진주시민정원사협회 제1호 정원인 ‘사랑정원’은 설계부터 식재, 관리까지 협회 회원들이 주도적으로 조성했다는 데 그 의미가 큽니다.
더운 날씨에도 회원들 모두 즐겁게 정원 조성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작지만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사랑스러운 정원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나를 위한 정원을 위해 시작했던 시민정원사였지만, 이제는 모두가 함께하는 정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마음이 발걸음을 이끈다.

새소리를 들으며 정원을 거니는 색다른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6월 14일부터 22일까지 월아산 숲속의 진주에서 열리는 ‘월아산 수국 수국 페스티벌’을 열기 위해 정원을 가꾸고 산책의 기쁨을 만든 이들도 시민정원사다. 올해 축제에서는 숲 해설가와 함께하는 숲속 투어를 비롯해, ‘숲’을 화폐처럼 사용해 체험을 통해 획득하거나, 획득한 화폐로 다른 체험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만개한 수국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정원을 둘러볼 수 있는 산책로를 찬찬히 걸으면 땀을 식히는 바람을 만날 수 있다.

박지현 시민정원사는 시민정원사가 있는 도시의 매력은 멀리 가지 않아도 활력을 얻을 수 있는 정원을 만나는 일이라고 말한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바쁜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은 일상에서 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게 된 것 같아요. 그 중 하나가 정원이라고 생각합니다.

가까운 정원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무너진 일상의 균형을 찾아 활력을 얻을 수 있게 된 거지요. 시민정원사가 있는 도시에서는 더 많은 정원이 조성될 테고, 그렇다면 그곳의 시민들은 활기찬 생활을 하게 될 테니까 도시의 미래도 밝지 않을까요?”

초전공원은 1978년부터 17년간 생활 쓰레기를 야적하던 곳이었다. 진주시와 진양군의 통합 이후 주거지역이 확장되면서 133만 5천 톤 분량의 쓰레기는 내동면 일반폐기물 매립장으로 이전되었다. 이후 생태연못과 메타세쿼이아 숲길이 있는 생태공원으로 거듭났다.

2025년 6월 13일, '2025 대한민국 정원산업박람회 in 진주’가 이곳에서 열리게 되어 그 의미를 더하게 된 것이다. 박지현 시민정원사는 시민들을 위해 만들어진 숲과 정원에 깃든 의미와 가치를 살뜰하게 설명해 준다.

“정원을 조성하면 보는 이들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한다는 점도 좋지만, 정원에 식재된 식물들이 탄소를 흡수해 지구온난화를 가속하는 온실가스를 줄여주는 보너스가 따라옵니다.

식물들이 기후위기에 맞설 ‘슈퍼 파워’로 주목받고 있다고 해요. 정원을 만들고 가꾸는 활동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라는 선물을 주죠.
이렇게 멋진 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시민정원사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진주 같은 정원, 정원 속의 진주

시민정원사들은 진주 같은 정원을 꽃처럼 정성스럽게 가꿔나가고 있다.

자연과 사람, 그리고 계절의 합주로 정원이 만들어지는 이곳에서 진주 같은 아름다움을 발견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