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觀光·消息
진주를 명하다
빛이 흐르는 진주의 밤
바람이 순해지는 계절, 형형한 불빛이 진주성을 깨우면 여행자의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찬다. 야간 관광 프로그램을 통해 진주성의 밤을 거닐며 진주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여행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빛을 따라 진주시의 밤을 만끽하며 발걸음을 옮겨 보자.

2025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진주성 : 법고창신 진주성도
진주성의 밤은 낮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와 우리의 걸음을 재촉한다. 잔잔한 강바람을 맞으며 진주성을 천천히 걷다 보면, 성벽을 따라 흐르는 조명이 마치 시간을 되감아 그 자리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2025년은 진주성에서 2년 연속으로 국가유산 미디어아트가 열리는 해이다. 올해는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뜻의 ‘법고창신(法古創新)’을 주제로 한 미디어아트 프로그램이 많은 사람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유등의 도시 진주시답게 공북문의 조명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오랜 역사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기억의 빛’이 된다.
임진왜란 당시 제1차 진주성 전투에 참여한 3,800명의 수성군과, 제2차 전투에서 장렬히 싸운 7만 명의 민·관·군, 그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34만 명의 진주 시민까지 이 모든 존재가 41만 8,000송이의 꽃으로 피어났다.
과거 왜군에 맞서 백성과 진주를 지키고자 했던 숭고한 정신은 이제 빛과 영상, 음악으로 다시 태어나 미디어아트의 서사 속에서 살아 숨 쉰다.

영남포정사 아래에서는 미래 세대가 북소리를 울리면 과거 세대는 빛으로 화답하는 인터랙티브 프로그램이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촉석루 누각 아래에서는 진주검무 네 가지 동작이 꽃과 결합한 팬 홀로그램으로 재현된다.
또 촉석루 누각 위에서는 진주비빔밥과 진주 차 문화가 담긴 미디어 테이블이 펼쳐진다. 이 미디어 테이블을 감싸는 노을 문양은 소목장 김동귀 작가의 작품으로, 디지털 기술과 진주시의 전통문화가 조화롭게 엮인 결과물이다.

진주 차 문화를 재현한 미디어 테이블 ‘칠보화반’

진주검무 네 가지 동작과 꽃을 결합한 홀로그램 영상

촉석문에서는 지역 예술인 미디어아트 아카데미를 수료한 18명의 작품전이 열린다.
미디어아트 기술과 표현 방식을 배운 지역 예술인들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들은 진주성의 밤을 더욱 다채롭게 만든다.


진주대첩 역사 공원에 설치된 미디어 큐브는 촉석루 외성 터에서 발견된 벽돌 하나에서 시작되었다.
이 미디어 큐브는 진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항공우주 도시로 향하는 미래까지 시간을 넘나들며 진주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모습을 하나의 화면에 담아낸다.

공연형 도보투어 : 스테이지온 JINJU
2025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진주성이 열리는 기간 동안에 진주성은 거대한 야외 공연장으로 변모한다.
'스테이지 온 JINJU'는 참가자들이 호롱불을 손에 들고 진주성을 걸으며 공연을 관람하는 9월 21일까지 진행되는 공연형 도보투어 프로그램으로, 이 투어에 참가하는 동안이나마 시간 여행자가 된 듯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국립진주박물관의 마당처럼 꾸민 공간과 3.1 운동 기념비, 촉석루, 계사순의단 등에서는 진주 정신을 담은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그림 같은 풍경 속에서 진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김시민 장군의 일화, 의기 논개의 숭고한 저항 서사, 기생과 걸인까지 참여한 진주 3.1 만세 의거, 그리고 우리나라 최초의 인권 운동인 형평운동 등의 이야기를 들으며 살아 숨 쉬는 진주의 역사와 정신을 느껴볼 수 있는 기회이다.

남강별밤피크닉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감성적인 버스킹 공연이 잔잔한 음악처럼 공간을 채운다.
또 돗자리를 펴고 별빛 아래 앉으면 '남강별밤피크닉'이 시작된다. 진주 진맥과 진주중앙시장의 꿀빵과 닭강정, 샌드위치, 제철 컵 과일이 담긴 피크닉 바구니가 푸짐한 한 끼를 선사한다.





2025 진주국가유산 야행
여름을 흘려보내기 아쉬운 8월의 끝자락, 이 계절을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기려는 이들이 2025 진주국가유산 야행에 모였다. 2022년부터 지금까지 국가유산청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어느덧 4회차를 맞은 2025 진주국가유산 야행은 '화력(火力)총통, 진주성 총통의 기억'이라는 주제로 진주성 일대에서 유무형 국가유산을 만나는 자리였다.

진주성을 걷는 동안 영남포정사, 운주헌 터, 창렬사를 비롯해 진주검무, 신관용류 가야금산조 등 변하지 않아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한다.
진주 장도장, 진주 두석장, 국가무형유산 진주검무 이수자와 함께하는 체험부터 진주성에서 활쏘기를 하고, 조선시대 신분을 만들고 진주성 수성군이 되어 야간임무를 완성해가는 체험도 주어진다.



교방 예인이 그려주는 초상화와 예술인들이 직접 만든 소품들은 훌륭한 기념품이 된다.
조선시대 민·관·군을 만나 진주의 이야기를 듣고 예술인들의 버스킹까지 마치 하나의 작품처럼 조화롭게 펼쳐졌다.

1년 내내 빛이 흐르는 야간관광 특화 도시, 진주시의 밤을 걷는 것만으로도 삶의 결이 부드러워진다.
빛이 깃든 국가유산, 풍요로운 음식, 감미로운 음악이 어우러진 진주의 밤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이 도시에 오래 머물고 싶게 만든다.